결론부터 말하면 개인적으로 리포뮬은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구버전은 감초가 함유된 녹즙을 마시고서 달콤한 바닐라 라떼를 마시는 느낌이에요.매운 라면 국물이나 마라탕 국물을 마시려고 할 때 아직 마시지도 않았는데 코에 고춧가루가 들어간 듯 기침이 나왔던 경험이 있으신가요?(구)오 누아르의 녹즙 같은 느낌이 매운 국물을 마실 때 느껴지는 것과 같이 쌉싸래하다 못해 매캐하고 쓰게 느껴져요.홍삼에 꿀을 타서 밸런스를 맞추듯, 여기에 감초의 은은한 단맛을 깔아둬서 쓴단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맞춘게 너무 황홀해요.이후에 고농축의 허벌 푸제르가 서서히 부드러워지면서 커피와 함께 바닐라의 달콤한 향이 피어나는데, 쓴맛과 단맛의 대조적인 구조가 밝은 느낌과 어두운 느낌의 대조를 표현하는 시프레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푸제르를 과감히 비틀은 독창성,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는 밸런스, 푸제르와 시프레라는 장르를 넘나드는듯한 엄청난 작품성, 바카라 루즈540에 견줄만한 성능까지. 흠잡을 데 없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커정은 신이야!!! 드마쉬의 뒤를 이어 디올의 디렉터가 된 그는 모든 향수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요.그러나 그의 최근 행보는 너무나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그만의 창의성과 독창성은 온데간데없고 자기복제하기에 급급해 보입니다.리포뮬된 오 누아르는 수색부터 누리끼리해져서 불길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완전 코롱 버전으로 만들어 버렸네요.전체적인 틀은 거의 비슷하지만 대체로 선형적인 향으로 변모하면서 쓴맛의 깊이감이 사라졌고, 자연스레 허벌함과(신버전은 쓴맛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네요) 단맛의 밸런스 또한 예전만 못한 그저 그런 푸제르 향수로 재탄생했습니다.성능을 3분의 1토막 낸 걸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기존의 오 누아르를 조금 더 웨어러블한 향으로 탈바꿈 시키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는 좋지 못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신버전은 기존의 오 누아르를 좋아하던 푸제르 팬들의 외면을 받을 것입니다.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오 누아르가 너무 강력해서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 또한 다른 푸제르 향수들을 놔두고 오 누아르를 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만약 앞으로 미자나 다른 단종 향수들도 재출시 한다면, 원작을 최대한 보존하거나 창의적인 방향으로 리포뮬하길 희망해 봅니다.